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집
선운사에서 글을 올려 봅니다.
고창 선운사 가보면 대웅전 뒷 산...
산신각 오른쪽으로 돌아 보면 ...이 때 즈음...온 산이 붉다.
동백꽃은 질 때 ..지전분하고 순간이다.. 한 순간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이 추위에 피는 건 힘들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