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유민II
지난밤 공들여 써놓은 시 한 편을
후드득 후드득
오늘 아침 내린 비가
말끔히 쓸어가버렷다
다시 시심을 가다듬으며
비는 천천히
또박또박 내리다가
마감에 쫒기는지
일순 속도가 빨라졌다
타다닥 후드 타닥 후둑
난타가 이어졌다
파편에 맞아 활자의 일부가 흐려졌지만
비는 마감 시간을 정확히 지켰다
비 멎은 바닥에 파지가 수북하다
II유민II
이른 아침 서둘러 출발
툭 트인 고속도로에서
붉게 떠오르는 일출을
깜짝 선물로 받았습니다.
눈 앞 가까이에
커다란 둥근 태양이
옅은 안개 산능선 위로
아주 붉게 막 떠올라
평생 처음 보는
벅찬 감격스러움에
사진을 연신 찍어
추억으로 남겼는데
17시간 길을 달리니
비도 뿌리다 걷힌 오후
날씨가 맑고 좋아
어스름 붉은 노을에 물든
고즈넉한 석양 까지
눈과 가슴에 저장
축복받은 날이라며
하얀 구름이 웃었습니다
II유민II
옷에
얼굴에
내려도
내린듯 만듯
내리고 또 내려서
산을 적시고 들을 적시고
두꺼운 땅을
땅속 씨앗을
적셔 싹트게 하는
보슬비가 되리라
내려
평생을 내려
끈질기게 내리고 스며 들어서
네 마음속
깊이 숨어있는
정열의 씨앗을 싹틔우리라
한세상 먼길
손잡고 가리
엎어져 함께 울고
일어서며 밝게 웃으리
인생의 언덕우에
백발을 날릴때까지
보슬비되여
그대마음
촉촉이
적셔 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