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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18일

  •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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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오, 저 찬란한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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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칙
    물방우 하나가 죽어서
    허공에 흩어진다
    물방울 하나가 죽어서
    구름에 매달린다
    물방울 하나가 죽어서
    빗방울 하나로 몸을 바꾼다.

    빗방울 하나가 살아서
    허공에 흩어진다
    빗방울 하나가 살아서
    잎사귀에 매달린다
    빗방울 하나가 살아서
    물방울 하나로 몸을 바꾼다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인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한 몸
    우주 안에서

    도망갈 데가 없다.

    -류 근-(상처적 체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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