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님의 프로필

Only Music 8시간 4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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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6일 (오늘)

  • 에스프레소  .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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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프레소  .
    눈 부 처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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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프레소  .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잉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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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프레소  .
    사랑의 꿈


    정현종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
    사랑는 생(生) 뒤에 온다


    그대는 살아 보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
    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
    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에 온다면
    사랑은 항상 생(生) 뒤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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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프레소  ,
    < 연인의 곁 >



    햇빛이 바다를 비출 때
    나는 그대를 생각한다.


    달그림자 샘에 어릴 때
    나는 그대를 생각한다



    먼 길 위에 먼지 자욱이 일 때
    나는 그대 모습을 본다.


    깊은 밤 좁은 길을 나그네가 지날때
    나는 그대 모습을 본다.



    물결이 거칠게 출렁일때
    나는 그대 목소리 듣는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숲속을 거닐면
    나는 또한 그대 목소리 듣는다.



    그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그대 곁에..
    그대는 내 곁에 있다.


    해는 기울어 별이 곧 반짝일 것이니
    아, 그대 여기에 있다면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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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프레소  .
    어떤 적막


    김현종


    좀 쓸슬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밖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위에 놓아 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고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 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일기를 이룬다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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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5일

  • 에스프레소  .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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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 24일

  • 에스프레소  .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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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프레소  .
    작은 기도


    이정하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소서.
    그리움으로 가슴 아프다면
    그 아픔마저 행복하다 생각하게 하소서.

    그리워할 누가 없는 사람은
    아플 가슴마저도 없나니
    아파도 나만 아파하게 하소서.
    둘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 더하더라도
    부디 나 한 사람만 아파하게 하소서.

    간구하노니
    이별하고 아파하는 이 모든 것
    그냥 한번 해보는 연습이게 하소서.
    다시 만나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다시는 헤어져 있지 않게 하기 위한
    그런 연습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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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격

    ?이정하

    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랴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할 수는 없다

    그 간격 속에 빠져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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