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정희정
하얀 눈 속에서 활활 불타오른다
미처 피우지 못한 것은 이미 다 피어버리고
작은 꽃봉오리 사이로 불길이 달려든다
한때 불처럼 타오르던 꽃잎들이 사라진다
땅바닥에 붉은 꽃 흥건하게 피우려나
꽃은 안다. 잠깐이지만 아름다움이었다고
짧은 생도 화려하게 나무에서 땅에서
내 가슴에서 꽃을 피우는 찬란한 생이라고
봄을 입히는 한 계절이 전생의 마침표를 찍는다
붉게 핀 꽃에 시선을 날리는 봄바람
가시 돋치는 바람을 뚫고
박새 한 마리 동백꽃 나무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