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유민
하늘과 땅 사이로
빗줄기는 슬픔의 악보를 옮긴다
외로이 울고 있는 커피잔
無爲를 마시고 있는 꽃 두 송이
누가 내 머릿속에서 오래 멈춰 있던
현을 고르고 있다
가만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흙 위에 괴는 빗물처럼
다시 네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너는 생생히 웃는데
지나간 시간을 나는 증명할 수 없다.
네 입맞춤 속에 녹아 있던 모든 것을
다시 만져볼 수 없다.
젖은 창 밖으로 비행기 한 대가 기울고 있다
이제 결코 닿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 .
II유민
꽃가마 타고 고이 오신다던 임
해가 서산에 걸려 방긋방긋 웃어도
그대는 아무런 소식도 없고
내 가슴에 눈물만 뿌리내요
꽃고무신 신고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서 오신다던 임
달이 뜨고 별들이 숨바꼭질을 하여도
그대는 오시지 않내요
달려 오시다가 지쳐 쓰려 졌나요
밤이 어두워서 길을 찾지 못하나요
내맘 몽땅 그대곁으로 빼앗아 가고
기다림만 남기니 야속한 밤이 구려
아... 이 그리움
그대는 정녕 모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