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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를 불러줘... 10월 10일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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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30일

  • 잠에서 깨어보면 나는 흐르지 않는
    시간의 한가운데 서서 지난 일에 대한
    기억도 없이 미래에 대한 갈망도 없이
    두 손을 늘어뜨린 채 무념하게 서 있는데
    그 순간 너는 재빨리 흐르는 시간의 강을 타고
    나에게 왔다가 재빨리 사라진다
    한없이 계속되는 그 순간 속에서
    기억없는 나의 눈은 내 밖에서 운다

    황경신 - 모두에게 해피엔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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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28일

  • 별 기억이 아닌데도 한 사람의 기억으로 웃음이 날 때가 있다
    돌아보면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닌데도 배를 잡고 뒹굴면서까지
    웃게 되는 적이, 하지만 우리를 붙드는 건 그 웃음의 근원과
    크기가 아니라, 그 세세한 기억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차곡차곡 남아 주변을 깊이 채우고 있는 그 평화롭고
    화사한 기운이다. 인연의 성분은 그토록 구체적이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것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산문집
      인연이네요 중에서... 04월 28일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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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24일

  • 그해 봄에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굵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다

    박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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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22일

  • 또 한 번의 봄은
    턱 밑까지 차오르는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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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14일

  • 그렇게 우리는 때때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애정 없는 호기심을 멈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게 나의 이야기가 된다면, 우리는 허락할 것인가?
    우리에겐 타인의 사생활을 알 권리가 없다

    내 인생이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싫다면
    타인의 삶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
    타인의 삶은 지켜주지 않은 채,
    나의 삶만 배타적으로 보호 구역으로 지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나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며,
    타인에게 대해서는 알 권리를 주장할 순 없다

    • 타인의 사생활에 호기심을 접어두는 것.
      그건 내 삶을 지킬 수 있는 전제이자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김수현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중에서... 04월 14일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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