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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은 죽음의 연습이다. 08월 28일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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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 11일

  • 지훈ll  


    안개의 끝 / 황동규


    눈 뜨자 창 둘을 무겁게 메운 안개
    대충 옷 걸치고 민박집을 나선다.
    세상이 안해 한 덩이,
    뵈지 않는 바다의 웅걸거림이
    지난밤 가로등에 언뜻 비친 방파제로
    길을 내준다,

    깊은 안개 속을 걸으면
    무언가 앞서 가는 게 없어 좋지.
    발 내디딜 때
    생각이나 생각의 부스러기 같은 게
    밟히지 않는다.
    양편에서 숨죽이고 느낌 주고받는 물소리
    방파제를 완만하게 굽혀준다.
    안개가 나를 받아들이는군.

    잠깐, 소리가 달라져 걸음 멈추자
    바로 앞에서 길이 끊기고
    콘크리트 네발 이들이 허물어지고
    바다가 가벼운 신음을 내고 있다
    건너뛸까, 몇 번 눈 귀 대중하다.
    목소리 바꾼 바다의 마음을 사기로 한다
    • 돌아오는 길, 하늘이 점차 환해지며
      배들의 머리꼭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배에서 생선 상자 내리는 사람들의
      어깨가 보이고
      달려가는 흰둥이가 보이고
      안개가 너울대고
      길바닥이 보인다.
      안 보이던 바닥이 보이면 다 산거라고
      누가 그랬던가?
      높은 생선 짐 지고 요령있게
      굴러가는 자전거서껀
      너울너울 춤추다 슬쩍 춤 걷는
      안개서껀 사는 거라면
      다 산 삶도 잠시 더 걸치고 가보자.

      <출처 : 문학과 사람들 > 08월 11일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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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12일

  • 지훈ll  


    강물이 바다로 / 유승우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갈 때
    그가슴속에 키우던 민물고기들은
    다 두고 간다.
    바다의 가슴속 어디에서도
    강물의 추억이나 기억을 찾을 수 없다
    송사리 새끼 한 마리도
    그품속에 숨겨두지 않는다.
    이토록 깨끗한 몸바꿈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지만, 나는
    송사리나 미꾸라지처럼,
    아니면 산골의 가재처럼
    민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출처 : 시가 있는 아침 >

    • 아비가 자식을 떠나 보내고
      자식이 아비의 땅을 떠나는 것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남을 자식은 남고 떠날 자식은 떠난다.
      사랑하기에 붙잡기도 하지만
      사랑하기에 떠나 보내야 할 때도 있다.
      반드시 이래야 되고 저래야 옳다는 법은 없다.

      - 유승우님의 이 시에서도 이러한 天理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01월 12일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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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련없이 떠나 바다가 되는 강물과,
      민물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미꾸라지 가재 사이에
      어떤 차별이 있을 것인가,
      떠나는 것도 떠나지 못하는 것도, 타고난 대로라면 다 옳다.
      자연스러운 것이 옳은 것이다.

      -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한 것은 얼핏 自嘲의 느낌을 주지만, 내게는 단지 겸양의 말로 들린다.
      탄식할 일이란 떠난 사람이나 떠나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언제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01월 12일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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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난다는 것은 티끌조차도 미련없이 두고 가야한다.
      추억이나 기억조차도 남김없이 비우고 떠날수 밖에 없는 것이다 01월 12일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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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10일

  • 지훈ll  


    양파꽃 지폐 / 이선주


    무안군 성동리 170번지 임금례
    할머니 집에 불이 났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양파밭일
    온품 반품 바꾸어 모은 팔십오만 원
    빳빳한 저고리 은빛 테두리 두른
    단아한 신사임당 한 장씩 장판 밑에
    깔아 놓고 늘어진 난닝구 고부라진
    등골 부리고 누워도 손주들 학원비도
    대주고 용돈도 쥐어 주며 율곡선생을
    빌어주는 순간은 알싸한 파스 몇
    장이면 무릎뼈 엉치뼈까지 다
    시원해지는 것 같아 내일 또 어느
    밭으로 갈까 노곤달근한 꿈이 깡그리
    타버렸다
    아침에 나가면서 끓여 먹었던
    누룽지 양은냄비 불끄는 걸 깜빡
    잊어버렸던 탓이었다
    흙 속에 거꾸로 머릴 박고 살아도
    하늘 딛고 땅 속으로 알알차게
    • 살찌우던 양파돈 생각에 연기 자욱한
      집으로 뛰어 들어가 장판 먼저
      걷어보고 까맣게 타버린 지폐를
      발견하고는 기가 막히게 서럽고
      허전하던 밤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야
      했는데 동네 노인들 하나씩 하나씩
      찾아와 성님 잊어부러야제 어쩌겠소
      하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양파
      냄새나는 사임당 몇 잎씩 꺼내 쥐어
      주고는 엉거주춤 펴지지도 않는 다릴
      끌고 흰 달빛 속을 걸어 돌아가더라는
      밤새 그러고선 다음날 또 새벽같이 01월 10일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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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품 가는 경운기에 동글동글 모여
      앉았더라는 흙먼지 날리는 길가에
      하얀 양파꽃도 무리무리 환하게
      피었더라는


      <출처 : 문학세상 >
      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연재 - 경제신문 01월 10일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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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임금례 할머니 집에 불이 났던......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과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편의 단편영화처럼 리얼하고도 짠하게 그려져 있다. 이 내용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양파의 알싸한 향 같은 시인의 가슴을 느끼게 하는 작품인 것 같다. 01월 10일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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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7일

  • 지훈ll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한 오후 / 정희안


    우선 헐거워진 안구부터 조여야겠어
    의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 네모난
    메모는 너무 반듯했어 느슨해진 우리
    사이에 필요한 건 떨림이잖아 사랑은
    사탕 같은 것 길이와 깊이 중 어느
    쪽이 좋을까 잠들지 않고 꿈을 꿀 순
    없잖아 달리자는 남자와 달라지는
    남자 수순은 잘못되었지만 수준은
    비슷해 일용직 알바생의 심정을 너는
    몰라 너는 내가 되는 경험을 해봐야
    해 우리 모두 갑질 아래 새로
    태어나곤 하지 사진을 정리하다가
    시간을 정리해버렸어 미움은
    마음에서 출발해 머리는 항상 미리를
    준비했어 망설임은 사치야 네가
    생일선물로 준 귀걸이처럼 취업은
    • 걱정 중 제일 으뜸이지 숲이 술을
      대신할 순 없잖아 기능도 못 하면서
      가능을 얘기했어 조직은 때로 조작도
      해 유인하려면 유연해야 해 정말이지
      절망스러웠어 그러나 우리 헤어지는
      게 좋겠어 밀려서 여기까지 왔는지
      빌려서 여기까지 왔는지 진절머리와
      전갈머리는 무슨 관계인지 거울 속에
      겨울이 있잖아 말 많은 세상 발밑을
      조심해 그럼. 이제부터 그림 공부나
      해볼까 01월 07일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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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출처 : 문학세상 >
      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연재 - 국제신문 01월 07일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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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의 참신한 면이 이 시의 주류를 이룬다.
      소통과 공감을 위한 정확한 언어의 사용이 좋다.
      의자 - 의지. 네모 - 메모. 사랑 - 사탕.......
      숲 - 술. 유인 - 유연. 진절머리- 전갈머리. 거울 - 겨울에서 보는 것과 같이. 어설픈 시적 허용에 기대기보다는 정확하게 문장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기울여 졌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시는 가벼운 언어와 무거운 현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으로 말의 재미와 사유의 깊이를 함께 01월 07일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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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취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가벼운 말로 가장 무거운 세상을 그리는 감각적인 붓의 터치감이 좋다. 01월 07일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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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훈ll  


    사내 가슴 / 이정록


    아들아. 저 백만 평 예당저수지 얼음판
    좀 봐라. 참 판판하지? 근데 말이다.
    저 용갈이* 얼음장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빼뚤 갈아엎은 비탈밭처럼
    우둘투둘하니 곡절도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울뚝불뚝한 게 나쁜
    것이 아녀,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그
    뜸새로시원한 공기가 출렁대니까 숨
    쉬기 수월하고 물결가락 좋고, 겨우내
    얼마나 든든하것냐? 아비가 부르르
    성질부리는 거, 그게 다 엄니나 니들
    숨 쉬라고 그러는 겨. 장작불도 불길
    한번 솟구칠 때마다 몸이 터지지,
    쩌렁쩌렁 소리 한번 질러봐라. 너도
    백만 평 사내 아니냐?


    < 출처 : 시의 향기 >
    • * 용갈이 : 용이 밭을 간 것과 같다는 뜻으로
      뚜꺼운 얼음판이 갈라져 생긴 금. 01월 07일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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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halia Jackson - Summertime 10월 26일 20:44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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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6일

  • 지훈ll  


    남쪽의 집수리 / 최선( 본명 :최란주)


    전화로 통화하는 내내
    꽃 핀 산수유 가지가 지지직거렸다
    그때 산수유나무에는 기간을 나가는
    세입자가 있다
    얼어있던 날씨의 아랫목을
    찾아 다니는 삼월.
    나비와 귀뚜라미를 놓고 망설인다
    봄날의 아랫목은 두폭의 날개가 있고
    가을날의 아랫목은 두 개의 안테나와
    청기聽器가 있다
    뱀을 방안에 까는 것은 어떠냐고
    수리업자는 나뭇가지를 들추고
    물어왔지만
    갈라진 한여름 꿈은 꾸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오고 가는 말들에 시차가 있다
    그 사이 표준 온도차는 5도쯤 북상해
    있다
    천둥과 번개 사이의 간극
    스며든 빗물과 곰팡이의 벽화가
    문짝을 7도쯤 비틀어지게 한다
    • 북상하는 꽃소식으로 견적서를 쓰고
      문 열려있는 기간으로 송금을 하기로
      한다
      꽃들의 시차가 매실 속으로 이를
      악물고 든다
      중부지방의 방식으로 남쪽의 집
      수리를 부탁하고 보니
      내가 들어가 살 집이 아니었다
      종료 버튼을 누르면서 계약이
      성립된다
      산수유 꽃나무가 화르르
      허물어지고 있을 것이다

      < 출처 : 문학세상 >
      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연재 - 매일신문 01월 06일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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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핀 산수유나무를 매개로 자연과 계절의 변화와 순환에 따른 삶의 이치를 시로 넌지시 일깨우고 있다. 봄이 오면 저절로 꽃망울 떠뜨리는 게 아니라. 산수유나무도 집수리라는 부단한 자기 삶의 갱신으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전화로 통화하는 내내 /꽃핀 산수유가지가 지지직거렸다"라고 생동감 있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삶의 시차와 간극을 좁힐수도 없고 매양 어긋나기만 하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불화를 01월 06일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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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감하면서도. 북상하는 꽃소식에 귀 기울이며 봄이 오는 길목 어디쯤에서 자기 나름의 '남쪽의 집수리'에 골몰하는 인간살이를 적절한 언어로 표현했다. 요란한 시적장치를 동원하지 않고도 시의 깊이와 무게를 확보한 좋은 시이다. 01월 06일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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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훈ll  


    안부 / 임선미


    겨울비 밤새 다녀간 뒤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그대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지난 여름 된 더위에도
    무탈하신가요?
    눈물나게 붉었던 가을 날
    별처럼 쏟아지는 추억

    찬바람 데려간 그리움
    앙상하게 벗어놓은
    가지마다 빗물이
    반짝이는 아침

    지난밤 찬비에 얼지는
    않았는지
    추위에 몸부림치다
    부러지진 않았는지

    북풍한설 동지섣달 긴긴밤
    의지할 곳 없는 그대
    어느 처마 밑
    둥지를 틀었는지

    차마 물어보지 못한 안부
    뒤늦은 겨울밤
    빗소리에
    가슴만 철렁 내려앉습니다.


    <출처 : 시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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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4일

  • 지훈ll  


    겨울 / 김순석


    따스한 사랑 하나 품고 싶다
    시린 가슴 녹아내리도록

    개울가 늙은 갈대
    뜨거운 사랑 찾아 헤매는가

    따뜻함이 그리워서
    바람마저 휙 울고 가더라

    지나가던 찬바람이
    이마와 코를 꼬집고 도망친다

    몸도 마음도 추운데
    너 마저 밉상 노릇 하면 어찌하나

    따뜻한 사랑 하나 품고 싶은데
    투박스런 질화로 사랑이 쓱 온다



    <출처 : 詩가 있는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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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3일

  • 지훈ll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 김지오


    그때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간다

    혹시. 당신의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세요? 어머.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도둑 아니고 강도 아니예요
    당신의 왼쪽 바지 주머니라 해도
    상관은 없어요 당신의 왼쪽 심장이라
    해도 상관없어요

    혹시. 사탕 있으면 한 개
    주실래요? 에이. 거짓말! 나는 당신의 주머니를 잘 알아요 한 번 만져
    볼까요? 꽃뱀 아니구요 사기꾼
    아니예요 그렇게 부끄러워 할 것
    없어요 그럼 당신 손으로 당신
    주머니에 손 한 번 넣어 보세요
    어머. 그것 보세요 사탕이 남아 있다니
    당신에게 애인이 없다는 증거예요

    •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주머니에
      들어 갔는지 당신은 모를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주머니에 사탕 한 개씩은
      들어 있어요 사랑 말이예요 세균처럼
      바이러스처럼 그 사탕 나 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달콤한 것을
      좋아해요 유난히. 망설이지 마세요 그
      사탕 내게 주면 당신 주머니에는 또
      다른 사탕이 생길 거예요 사랑처럼
      말이예요 경험해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일 맞아요 01월 04일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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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탕 대신 꽃은 어때요?
      어머. 꽃 피우는 당신 마법사였군요

      꽃을 나눠 가진 우리
      이제 달콤해집니다.



      < 출처 :문학세상 >
      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연재 - 세계일보 01월 04일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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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체 소설 화법 활용한 발랄한 표현이 신선

      호주머니 속의 심벌을 화두로 내세워 사탕에서 사랑. 꽃의
      의미로 발전 승화시키는 시적능력이 탁월함.

      "어머, 꽃 피우는
      당신. 마법사였군요" 의 표현이 이 시를 잘 말해주고 있다 01월 04일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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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31일

  • 지훈ll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 신경림


    폭풍이 덤벼들어 뒤집어 놓기도 하고
    짐승들이 들이닥쳐 오물로
    흐려놓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푸르기만 하랴
    산자락에 막혀 수없는 세월 제자리를
    맴돌고
    매몰찬 둑에 뎅겅 허리를 잘리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도도하기만 하랴
    제 속에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아픔과
    수많은 눈물을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니 세상에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노래도 되고 얘기도 되면서
    강물이 어찌 늘 고요하기만 하랴
    자질한 노여움과 하찮은 시새움에
    휘말려
    싸움과죽음까지도 때로는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넓기만 하랴

    •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의 힘을 빌려다 마을과 들판을
      눈물로 쓸어버리기도 하는 강물이
      제 몸까지 내던지며 하늘과
      땅을 한바탕 뒤집어 놓는 강물이
      어찌 늘 편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유유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도도하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고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출처 : 문학세상 > 19년 12월 31일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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