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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꽃편지 4 " 겨울이 오고 꽃이 없는 풀들은 자기보다 더 길고 더 멀리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쓰러졌습니다 그 위에.. 01월 21일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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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21일






  • "그리운 꽃편지 4 "

    겨울이 오고
    꽃이 없는 풀들은
    자기보다 더 길고 더 멀리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쓰러졌습니다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
    이 세상을 다 덮었습니다
    그 흰 눈 위에
    피 묻은 발자국들이 응달진 산 속으로
    수없이 숨어들었습니다

    봄이 오면 살아날
    진달래, 진달래꽃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찬바람이 몇 번 지나갔습니다
    찬바람이 지날 때마다
    겁먹은 풀들은
    천지사방으로 몸을 흔들며
    바람 속에 숨막혀 꽃잎을 떨구며

    핏줄이 터지게 흔들리다가
    바람이 지나간 후에
    납작하게 누워
    붉디붉은 하늘로
    붉은 숨을 뿌리며 울었습니다

    목이 터지게 울었습니다.
    <詩,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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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17일



  • “그리운 꽃편지1”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산 보셔요.

    꽃 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詩, 김용택>

    이맘 때쯤이면 도착된,
    이쁜 너의 꽃편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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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흘러간 날”

    그대와 마주 앉아서
    해가 아주
    저물어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브 몽땅이나
    줄리에뜨 그레꼬의 샹송을 들었던
    저녁이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음악도 꺼지고
    길거리의 가로등이
    하나 둘 밝아올 때도
    우리는 불을 켜지 않고

    어둠 속에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던
    어느 흘러간 날이 있었습니다

    꿈에 오신 그대.
    <시, 이동순>
    ----------------------------
    그리운 날들은
    늘 그곳에 그대로 있다.
    그때 그 창문, 오르막 그 골목길.
    지나간 흔적 찾을 수 없어도
    그 곳에 그대 있을까 하여
    마음은 꿈속이라도 그 곳에 가곤 한다.
    우리 흘러간 날들처럼
    다시 오지않을 그리움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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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꽃편지2"


    꽃이 핍니다
    꽃이 피면 기쁩니다
    꽃이 집니다
    꽃이 지면 슬픕니다

    꽃이 피면
    당신이 금방 올 것 같고
    꽃이 지면
    당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이 이렇게
    꽃 피고 지는 것에 따라 변하는 것은
    꽃 피고 지는 그 사이에
    당신의 반짝이는 여러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꽃 피고 지는
    그대와 나의 멀고 먼 거리

    이 산과 들
    어디나 밟으면 터질
    지뢰밭 길입니다.
    <詩, 김용택>
    ----------------------
    봄을 기다리듯
    우리의 설레이던 그 기다림이
    지금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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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15일






  • “그리운 꽃편지5”

    밖에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은
    당신이 그리워
    찬바람 소리 들리는
    겨울산에 갑니다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꽃망울들은 맺혀 꽃소식 기다립니다
    오셔요
    꽃망울 터뜨릴 꽃바람으로 오셔요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그대가 달려오면
    나도 꽃망울 터뜨리며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찬바람 속을 뚫고 달려가겠어요

    밖엔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 불어 당신이 그리우면
    당신을 찾으러
    숨찬 겨울산을 몇 개 더 넘습니다
    <詩, 김용택>
    -------------------------
    갈대가 무성한 바닷가에서
    그리운 꽃편지를 읽다.
    이곳에 꽃편지가 도착할까.
    그대 그리운 꽃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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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6일






  • "눈물겨운 너에게"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가며 읽는 책처럼
    아껴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 내기로 했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여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오래오래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간절히 원하기에
    <시,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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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3일






  • 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 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긴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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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2일

  • 삶의향기  


    그대다운 오늘 / 김율도

    그대처럼 밥 먹고
    그대처럼 잠자고
    그대처럼 말하고
    그대처럼 생각하는 것
    그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대가 있기에 세상은 돌아가고
    그대가 있기에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의미를 갖는다
    그대가 처음 태어난 오늘이
    1년 중 가장 큰 날
    오늘이 바로 나의 명절
    그대가 있기에 오늘이 있다
    -------------------------------
    * 지인의 생일 카드에 써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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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향기  

    아프지만 아프지 않아 / 김율도

    너를 볼 수 없어 아프지만
    언젠간 다시 너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프지 않아
    내 앞에 없다는 것은
    다시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기에

    너의 냉정한 태도에 아프지만
    너는 날씨 같아서
    다시 봄처럼 따뜻한 햇살이 될 수 있으니
    아프지 않아

    나는 딱따구리가 가슴을 파먹은 나무
    아프지만 그 안에
    생명이 살고 있으니
    아프지 않아
    네 속엔 무엇이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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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향기  
    절망을 위하여 - 곽재구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철들어 사랑이며 추억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싸움은 동산 위의 뜨거운 해처럼 우리들의 속살을 태우고
    마음의 배고픔이 출렁이는 강기슭에 앉아
    종이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정이 들어 이제는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이 땅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밟고 간
    많고 많은 이방의 발짝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이웃에게 눈인사를 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웃을 위하여 마음을 불태우지 않았다
    ----- ---
    사랑은 가고 누구도 거슬러오르지 않는
    절망의 강기슭에 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이 땅의 어둠 위에 닻을 내린
    많고 많은 풀포기와 별빛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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