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담다(부모님)
저만치 큰 키에 남자가 지게를 지고 앞서고
뒤를 이어 아주 작은 체구에 여자가
종종걸음 친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지게를 내려놓고
털썩 앉아 봉초를
마도로스 담뱃대에 쑤셔 넣고 불을 대고
자그마한 여잔 부지런히 밤톨을 주워
지게에 담는다.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밤송이 줍는 아내가 안쓰러운지
남잔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
갈퀴로 갈비를(표준어 솔가리) 모은다.
솔가리를 마대자루에 눌러 넣고
병든 소나무 밑동을 잘라 동강을 내고
들국화 몇 송이를 꺾는다.
아내는 키만 한 솔가리 자루를 세 개를 이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는다.
유년시절 추억을 더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