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바람향기님의 프로필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마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 20년 11월 25일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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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5일



  • 가을을 담다(부모님)

    저만치 큰 키에 남자가 지게를 지고 앞서고
    뒤를 이어 아주 작은 체구에 여자가
    종종걸음 친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지게를 내려놓고
    털썩 앉아 봉초를
    마도로스 담뱃대에 쑤셔 넣고 불을 대고

    자그마한 여잔 부지런히 밤톨을 주워
    지게에 담는다.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밤송이 줍는 아내가 안쓰러운지
    남잔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
    갈퀴로 갈비를(표준어 솔가리) 모은다.

    솔가리를 마대자루에 눌러 넣고
    병든 소나무 밑동을 잘라 동강을 내고
    들국화 몇 송이를 꺾는다.

    아내는 키만 한 솔가리 자루를 세 개를 이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는다.

    유년시절 추억을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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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꽃바람향기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마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에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얼마나 멋진 말인가
    살이가 더러 등을 돌리고

    휘두르는 언어에 상처 입을때
    이 글을 되뇌이며 스스로 에게 당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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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50대 중반쯤 어느 날

    이 화수에 잊혀진 여인이란 곡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정말 긴 잠에서 깨어나 보니
    모든 게 낯설었다.

    내가 있어야할 자리
    내가 가꿔왔던 모든 것들이
    생소하고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래도 그땐 자신 있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지 않으면
    내가 기억하면 되는 것을 하면서

    습관처럼 백지에 점찍는 걸 조아하는 난
    제법 오래된 인연의 고리를 매만지면서

    강산이 변한 만큼의 추억들을 꺼내
    읽어 보았다

    버거움에 손을 놓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조금 더

    스스로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난 할 수 있음을 강요하기 분주했다

    차곡차곡 쌓아 놓은 지난 점들을
    눈으로 쫓고 있으니

    • 한꺼번에 몰려 나와
      슬픔과 허무함이 밀려든다.

      무엇을 위해란 의문이 물음표가 되어
      나를 두드리지만
      안간힘을 쓰며 다시 밀어 넣고는

      그래도 고마웠던 기억은
      다시 곱게 빗어 보관하자며
      낡은 노트를 덮는다. 20년 11월 25일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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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5일



  • 도를 닦는 수도승도 아니건만
    돌아가는 언저리에서
    묵언 수행을 감행하고 있다.

    여기가 어디쯤인가
    헤매는 사이
    시간은 쉼 없이 잘도 돈다.

    가슴 뛰던 일들도
    녹슨 경칩처럼 삐걱대고
    낡아가는 것들은
    우드득 관절 꺾기는 소리가 난다

    머리가 빈 것 같은
    시간은 하염없는데
    밤사이 찾아든 미몽은
    새하얀 함박눈을 내려주었다

    내리는 눈을 밝으며 걸었다
    누가 기다려 주지 않음에도
    누군가 저만치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얼마나 걸었을까?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정자나무에
    빨간 장미가 피었다
    너무 어여뻐 두 손을 받쳐 들고
    눈을 감았다.
    순간 얼어있던 모든 것이
    잔뜩 웅크린 등이 따스하다


    • 가만히 눈을 뜨니

      엄마 도와준다고 미국행 비행기에
      주저 없이 몸을 싣던 둘째 딸아이가
      두 팔로 목을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벌써 올 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웅얼거리며 일어나 거울 앞에 앉았다

      어서어서 빛의 세포들을 일깨워야지


      20년11월15일 20년 11월 15일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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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꾹 꾹 욱여넣고
    손사래 쳤던 낡은 감정들이
    낙엽처럼 가벼워 허무 하다

    툭하면 기를 쓰고 버티던 지난날에
    앙다문 용기마저 숨죽인다.

    멍한 머리는 가을바람에 그네 타고
    마실 나간 의욕
    돌아올 생각조차 없다

    용솟음치던 패기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자신감도

    바삭바삭 바스러지는 잔해들
    문지방 넘어오는 바람만이 간질인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사진 속
    나보다 젊은 남자가
    빙긋 웃으며 말을 건넨다.

    아가. 괜찮아 ~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것이여
    그러면서 크는 거여!

    암시랑토 않하는 것인께
    걱정마 잉~

    아버지가 그리운 날 20년11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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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꽃바람향기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나의 슬픔을 자기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라 했다
    세이에서 친구란??
    나에겐 물음표다

    나의 슬픔까지 등에 지고가지 못할망정
    일년에 그몇번 안부정도는 나누고 지내야 친구가 아닐까
    나도 그다지 말이 많은편은 아니지만

    어차피 인생이란 바람 같은것을....
    바람같은 인생길 바람처럼 가볍게 놓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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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23일




  • 지난여름은 유난했다
    위태롭게 주저앉을 것 같던 우기에
    태풍은 아슬아슬한 곡예사 같았다.

    그럼에도 우린
    사소한 것에 촉수 세우고

    언성을 높이고
    서로를 할퀴는 일에 투사가 된다.

    어둠이 터져 빛이 되는 경이로움
    아낌없이 속살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가을 햇살

    눈을 감으면 들리는 바람의 속삭임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물드는
    가을풍경이
    이렇게 넉넉한데도 말이다

    나의 가을은
    또 다른 감사로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오래전 안겨본
    아버지의 크신 품처럼...

    2020년9월23일 아침에 음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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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19일

  • 풀꽃바람향기  말에도 향기가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곳이라 해서
    그 사람에 말이 들리지 않는것은 아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을
    다만
    손가락이 전달할 뿐이지..

    속살이 비치고 드러난다 해서
    다 섹시한건 아니다

    50이 넘으면 단아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귀품을 갖춰야 하며

    그 무언가를 모를 나인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언어의 향기에는
    그저 웃자고 나누는 그렇고 그런 농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진실이 깃들여 있어야 한다

    2020년 9월 풀꽃바람향기 생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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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22일




  •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삶

    시간은 흘러
    세간도 사람도 성한 게 없이
    낡아 가는 것이
    씁쓸해 질 때

    이제야 숨 고르는
    쉼도
    멈춤도 필요하다고

    그대의
    웃자람 없는
    솔직한 진실이


    그대의
    꽃잎 만지듯
    세심한 손길이

    저미고 쓰라린 상처에
    다디단 사랑으로
    새살 돋게 한다.

    Michelle 님께 풀꽃바람향기가

    2020년8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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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10일



  • 짧지 않은 시간 걸치고 있었던
    무거운 외투를 벗었다

    처음부터 맞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옷에 나를 맞추려 기를 썼다.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리라
    최면을 걸면서

    세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억지로 되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가르치면서

    미련인지 집착인지 아집인지 모를
    그것에 자신을 가두고
    시간 속에 길들여지기를 기다렸다

    어리석음은 깨달음보다
    늘 한발 먼저 앞서간다.

    살피고 챙기고 살기 분주했던 삶이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이제라도 나를 돌아보고
    매만지고 살펴가며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이어가자

    좀 더 가볍고
    좀 더 자유롭게
    급할 거 없이 천천히..

    2020년 8월10일 자연의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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