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잃은 철새
유수같이 흐르는 세월 흐르고 흘러
이마에는 주름살 계급장 하나둘 달으니
머리 위에 흰 눈이 내리더라
때 되면 변해가는 게 삶의 계절
이제 봄날의 풋풋했던 청춘도
여름날의 정열도 떠나버리고
가을날에 서리 맞은 호박잎 까맣게 되어
하얀 눈 맞으며 잊혀만 가련마는
잎새 떨군 능수버들 서있는 강가
겨울 칼바람에 가지는 흐느끼고
길 잃은 물새 한 마리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 곳 몰라 이리저리 떠도는구나
세월의 무상함 알려주는 듯
붉게 물들이며 저무는 황혼길에
까만 침묵의 계절이 찾아와 데려갈지라도
서러워마소 이 또한 삶의 섭리 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