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흘
안개가 겨드랑이로 파고들더니
오늘 아침엔
앞산이 유리창을 부술 듯
내 앞에 섰다
나무들도 수런수런 물길을 텄는지
묶었던 짐을 다시 푸느라 부산을 떨며
나팔만 불면 떠나갈 듯이
죽지를 옹그려쌓더니
마음을 고쳐 먹었나보다
온 동내에 파다한 소문을
나만 몰랐나 보다
겨우내 엮어달아 곰삭은 매주를
손 없는 날 골라서 소금물에 띄우는
우수절
내 속에 오래 묵어 헝크러진 매듭들은
한참 더 엎드려
뜸을 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
그만 둑 허물어
헤픈 고백을 쏟아내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온종일 뒤숭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