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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오래된 집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집을 지키느라 허리가 삐끗했거나 심심해서 말동무나 하려고 집주인을 부르고 있.. 02월 12일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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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 12일

  • 현우  한밤중에 오래된 집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집을 지키느라 허리가 삐끗했거나
    심심해서 말동무나 하려고 집주인을
    부르고 있는 것

    동구 밖 미루나무에 까치 한 마리 앉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저물녘 산길 걷는데 싸리나무가 내 팔을 툭 친다
    싸리나무가 외로운 모양이다

    말이 많아도 외로운 사람이지만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 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 이권 시인의 <혼잣말>
      2월 12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2월 12일 21:58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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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 11일

  • 현우  나에게도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한 길은 안목 가는 길
    다른 한 길은 송정 가는 길
    한 길은 외로움을 비수(匕首)처럼 견디는 길
    다른 한 길은 그대에게로 가는 먼 길

    그 길들 바다로 흘러가기에
    이것이 삶인가 했습니다
    찬물에 밥 말아 먹고
    철썩철썩 달려가곤 했습니다

    나에게도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한 길로 가면 그대가 아프고
    다른 한 길로 가면 내 마음이 서러울까봐
    갈림길 위에 서서 헤매인 적도 많았습니다
    • 하지만, 길 아닌 길 없듯이
      외로움 아닌 길 어디 있을까요
      사랑 아닌 길 어디 있을까요

      나에게도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02월 11일 21:03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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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섭 시인의 <두 갈래 길>
      2월 11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2월 11일 21:04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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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 07일

  • 현우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02월 07일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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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효근 시인의 <버팀목에 대하여>
      2월 7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2월 07일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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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30일

  • 현우  모든 절반이 감옥이라면 좋겠어
    바람의 절반과 하늘의 절반
    사랑하는 마음도 그 절반은 감옥이라면 좋겠어
    그러면 나는 참 행복하겠지
    모든 절반은 절반이 아닐 테니
    바람의 절반과 하늘의 절반
    사랑하는 마음도 그 절반은 감옥이 아닐테니
    • 이능표 시인의 <감옥>
      1월 30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1월 30일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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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22일

  • 현우  눈물

    이 눈물통은 좀 작다
    다시 울 일 없으리 던져 버린 눈물통
    모래바람 만나서 다시 찾는다

    울어야 하는데
    내 눈물통에서는 바람 소리만 만난다

    지금 울어야 하는데
    슬픔 둔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기쁨 둔 곳은 더 모르겠다

    지금 울어야 하는데
    분노도 다 지나가 버렸다

    저는 안 울고 나만 울리는
    매운 향기가 필요하다
    • 이향지 시인의 <눈물>
      1월22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1월 22일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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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17일

  • 현우  자판기커피

    커피 속에 종이컵 바닥이 어른거린다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커피 주는 줄 몰랐구나
    자판기 커피가 일생의 거울인 줄 몰랐구나
    반품 안 되고 리필 안 되는
    딱 한 컵의 생애,
    마지막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누구든지, 그냥 빈 종이컵 하나
    • 감태준 시인의 <자판기커피>
      1월 17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1월 17일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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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10일

  • 현우  그대와 나

    강물은 이미 협곡의 사이를 흐를 때나 들녘을 가르며 흐를 때부터, 아니 처음부터 바다다.
    세상의 모든 물방울 하나하나가 다 바다다.

    그래도 강물은 바다까지 흘러가야만 강물이다.
    바다에 이르러 한 몸이 되어도 강물은 강물인 채로
    바다의 중심을 가르며 흘러야 강물이다.
    • 박두규 시인의 <그대와 나>
      1월 10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1월 10일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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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 03일

  • 현우  후회는 없을 거예요

    후회 가득한 목소리로
    오, 오, 오오, 여가수가 노래한다
    남겨진 여자가 노래한다
    마음을 두고 떠난 여자도 노래한다
    후회로 파르르 떠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마사이 워킹화를 산다
    판매글 마지막에 적힌
    ‘후회는 없을 거예요’
    그 한 구절에
    일전엔 돌체앤가바나 손목시계를 샀다
    작년 여름엔 소니 디지털 카메라를 샀다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후회는 없을 거예요
    벌써 후회하는 듯한,
    후회는 없을 거예요
    서글픈 목소리로 나직이,
    후회는 없을 거예요
    그 시계와 카메라는 상자째
    서랍 안에 있다
    후회는 없다
    오, 오, 오오~
    • 황인숙 시인의 <후회는 없을 거예요>
      1월 3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01월 03일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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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7일

  • 현우  단순해지면 강해지는구나
    꽃도 버리고 이파리도 버리고 열매도 버리고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벌거숭이로
    꽃눈과 잎눈을 꼭 다물면
    바람이 날씬한 가지 사이를
    그냥 지나가는구나
    눈이 이불이어서
    남은 바람도 막아 주는구나
    머리는 땅에 처박고
    다리는 하늘로 치켜들고
    동상에 걸린 채로
    햇살을 고드름으로 만드는
    저 확고부동하고 단순한 명상의 자세 앞에
    겨울도 마침내 주눅이 들어
    겨울도 마침내 희망이구나
    • 차창룡 시인의 <겨울나무>
      12월 27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18년 12월 27일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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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0일

  • 현우  행복마트

    오가는 이웃들과
    행복을 나누자고

    따뜻한 마음으로
    저 가게를 열었겠지

    주인은 어디 갔을까
    세 놓는다
    써놓고
    • 우도환 시인의 <행복마트>
      12월 20일 방송 음악 에세이 입니다. 18년 12월 20일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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